균형(balance)을 잡는 일

9월 - 25 2022 | By

광주광역시건축사회 발행 건축문화사랑 2022년 9월호에 기고한 원고(시론)

들어가는 말

나의 생활신조는 균형잡힌 삶이다. 매사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균형에는 정적(static) 균형과 동적(dynamic) 균형이 있어서 상황에 따라서 균형의 종류가 달라질 수는 있다. 평소 관심 있는 몇 가지 측면에서 균형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헌법에서의 균형

대한민국헌법에서 “균형“을 검색해보면, 헌법의 경제 부분에 “균형”이라는 단어가 5번 등장한다. 균형있는 국민경제, 국토와 자원의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 지역 간 균형발전 등이 명시되어 있다. 우리 국민 모두는 헌법의 관련 조문을 읽어보고 되새기면서 각종 정책을 입안/실행하면서 생활할 필요가 있다.

균형적인 국가정책은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인 주택 부족 문제, 세계 최하위 출산율 문제 등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과밀한 서울을 쾌적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사람과 일자리를 일부 빼내야 한다. 헌법에 따른 경제적인 측면의 지역 간 균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새로운 정부도 지방화시대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는 읽을 수 있다. 말로 그치지 않고 얼마나 실행력이 있게 추진되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국토의 균형발전

헌법에도 있지만, 나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매우 중요한 아젠다(agenda)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일부 지역만 발전해서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없다. 유럽, 특히 네덜란드의 도시들을 둘러보면 도시/농촌, 대도시/중소도시 간 질적인 격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지역의 산업 특성화를 통한 균형적인 발전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만들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나머지 지역은 발전의 계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방송이나 언론에서 별 생각없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단순하게 구분해버리는 것을 보면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의 시각에서 답답하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배려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하는 것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즉 국가정책을 수립할 때 다양한 특성의 지방과 비지방으로 구분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정부가 매번 국토 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보다 획기적인 발상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국가나 광역지방단체에서 새로운 기관 설립이나 이전 수요가 발생하면, 지역의 자연적/산업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제일 낙후된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처럼 접근성/경제성을 배정의 제일 중요한 지표로 적용하면 대도시로의 집중이 가속되어서 국토의 균형발전은 요원해진다.

건축교육에서 균형

건축의 속성이 한가지 측면으로만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 균형 잡힌 교육과 실행이 필요하다. 건축교육에서 설계 위주의 교육이 바람직할까? 아니면 구조, 시공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교육이 좋을까? 기술(technology)이 뒷받침되지 않는 좋은 설계가 가능할까는 의문이다.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학부 과정은 한계가 있어서 건축의 기본원리와 윤리를 가르치는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다.

내가 재직했던 군산대 건축공학과는 설계 위주의 교육과정(5년제)보다는 종합적인 교육과정(4년제)을 선택하고, CQI(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개선(upgrade)해나가고 있다. 종합적인 교육과정을 거친 졸업생들이 건축에서 균형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건축 실무에 기여하면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주거 건축에서 균형

우리나라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신축되는 주거의 대부분은 공동주택이라고 불리는 아파트이다. 과연 이런 아파트가 주민의 거주성과 커뮤니티 의식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아파트는 거주성보다는 경제성(기업의 이윤)으로 기운 편향된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우리 건축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거주성에 중점을 두되 경제성 측면도 고려하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아파트를 지어야 할 것 같다. “공동”주택이라는 근본적인 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발전된 아파트를 고대한다.

또한 아파트 일색의 주거 건축에서 벗어나서, 단독주택, 연립주택, 타운하우스, 코하우징(co-housing), 서비스 하우스(service house) 등 다양한 주거 유형이 균형있게 지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파트에서 살다가 단독주택에 거주한 지 10여년이 되는데, 이제 아파트로 돌아갈 수 없다. 조용하고 편안한 휴식, 넉넉한 천정고의 여유있는 공간, 프라이버시와 적절한 이웃 관계, 맑은 공기와 함께 땅을 밟고, 사계절 화초와 채소를 만나는 정원과 텃밭 가꾸기, 새 소리에 새벽 잠을 깨고, 낙수 소리를 즐기고, 편리한 주차 등등 장점이 너무 많아서 소소한 단점은 덮어진다.

맺는말

작년 8월 말 30여년의 대학교수 생활을 마쳤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싶은 로망이 있어서, 10여년전 집을 지으면서 건축사사무소 공간도 확보해두었다. 오랜 고민 끝에 “균형”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여 ㈜건축사사무소 균형(Balance Architecture Studio)이라고 사무소 이름을 지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유사한 이름을 찾지 못했으나 국외에서는 미국의 “Balanced Architecture”를 비롯하여 호주와 이탈리아에서도 유사한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이들 건축사사무소도 균형을 중요한 규범으로 여기고자 이름을 짓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모든 분야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발전해 나갈 것을 기원한다. 균형발전은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건축 활동 및 일상생활을 해나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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