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balance)을 잡는 일

광주광역시건축사회 발행 건축문화사랑 2022년 9월호에 기고한 원고(시론)

들어가는 말

나의 생활신조는 균형잡힌 삶이다. 매사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균형에는 정적(static) 균형과 동적(dynamic) 균형이 있어서 상황에 따라서 균형의 종류가 달라질 수는 있다. 평소 관심 있는 몇 가지 측면에서 균형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헌법에서의 균형

대한민국헌법에서 “균형“을 검색해보면, 헌법의 경제 부분에 “균형”이라는 단어가 5번 등장한다. 균형있는 국민경제, 국토와 자원의 균형있는 개발과 이용, 지역 간 균형발전 등이 명시되어 있다. 우리 국민 모두는 헌법의 관련 조문을 읽어보고 되새기면서 각종 정책을 입안/실행하면서 생활할 필요가 있다.

균형적인 국가정책은 우리 사회의 주요 과제인 주택 부족 문제, 세계 최하위 출산율 문제 등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과밀한 서울을 쾌적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사람과 일자리를 일부 빼내야 한다. 헌법에 따른 경제적인 측면의 지역 간 균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새로운 정부도 지방화시대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는 읽을 수 있다. 말로 그치지 않고 얼마나 실행력이 있게 추진되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국토의 균형발전

헌법에도 있지만, 나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매우 중요한 아젠다(agenda)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토의 일부 지역만 발전해서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없다. 유럽, 특히 네덜란드의 도시들을 둘러보면 도시/농촌, 대도시/중소도시 간 질적인 격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지역의 산업 특성화를 통한 균형적인 발전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나라로 만들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나머지 지역은 발전의 계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방송이나 언론에서 별 생각없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단순하게 구분해버리는 것을 보면 비수도권에 사는 사람의 시각에서 답답하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배려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하는 것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즉 국가정책을 수립할 때 다양한 특성의 지방과 비지방으로 구분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정부가 매번 국토 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보다 획기적인 발상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국가나 광역지방단체에서 새로운 기관 설립이나 이전 수요가 발생하면, 지역의 자연적/산업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제일 낙후된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처럼 접근성/경제성을 배정의 제일 중요한 지표로 적용하면 대도시로의 집중이 가속되어서 국토의 균형발전은 요원해진다.

건축교육에서 균형

건축의 속성이 한가지 측면으로만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 균형 잡힌 교육과 실행이 필요하다. 건축교육에서 설계 위주의 교육이 바람직할까? 아니면 구조, 시공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교육이 좋을까? 기술(technology)이 뒷받침되지 않는 좋은 설계가 가능할까는 의문이다.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학부 과정은 한계가 있어서 건축의 기본원리와 윤리를 가르치는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다.

내가 재직했던 군산대 건축공학과는 설계 위주의 교육과정(5년제)보다는 종합적인 교육과정(4년제)을 선택하고, CQI(continuous quality improvement)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개선(upgrade)해나가고 있다. 종합적인 교육과정을 거친 졸업생들이 건축에서 균형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건축 실무에 기여하면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주거 건축에서 균형

우리나라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신축되는 주거의 대부분은 공동주택이라고 불리는 아파트이다. 과연 이런 아파트가 주민의 거주성과 커뮤니티 의식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재의 아파트는 거주성보다는 경제성(기업의 이윤)으로 기운 편향된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우리 건축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거주성에 중점을 두되 경제성 측면도 고려하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아파트를 지어야 할 것 같다. “공동”주택이라는 근본적인 개념을 실현할 수 있는 발전된 아파트를 고대한다.

또한 아파트 일색의 주거 건축에서 벗어나서, 단독주택, 연립주택, 타운하우스, 코하우징(co-housing), 서비스 하우스(service house) 등 다양한 주거 유형이 균형있게 지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파트에서 살다가 단독주택에 거주한 지 10여년이 되는데, 이제 아파트로 돌아갈 수 없다. 조용하고 편안한 휴식, 넉넉한 천정고의 여유있는 공간, 프라이버시와 적절한 이웃 관계, 맑은 공기와 함께 땅을 밟고, 사계절 화초와 채소를 만나는 정원과 텃밭 가꾸기, 새 소리에 새벽 잠을 깨고, 낙수 소리를 즐기고, 편리한 주차 등등 장점이 너무 많아서 소소한 단점은 덮어진다.

맺는말

작년 8월 말 30여년의 대학교수 생활을 마쳤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싶은 로망이 있어서, 10여년전 집을 지으면서 건축사사무소 공간도 확보해두었다. 오랜 고민 끝에 “균형”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여 ㈜건축사사무소 균형(Balance Architecture Studio)이라고 사무소 이름을 지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유사한 이름을 찾지 못했으나 국외에서는 미국의 “Balanced Architecture”를 비롯하여 호주와 이탈리아에서도 유사한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이들 건축사사무소도 균형을 중요한 규범으로 여기고자 이름을 짓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모든 분야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발전해 나갈 것을 기원한다. 균형발전은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건축 활동 및 일상생활을 해나갈 것을 다짐해본다.

영구의 일시귀국에 따른 번개팅

미국 워싱턴에 국방성 공무원으로 살고 있는 영구가 일시 귀국하여 번개팅을 가졌다. 코로나 이후 모처럼 대학 동기들이 모였는데 20여명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2010년 클렘슨대학에 방문교수 갔을 때 가족(집사람, 재우)과 함께 영구집에 1주일 정도 머물면서 워싱턴 디시를 구경한 적이 있었다. 그 사이에도 가끔 페이스톡으로 연락을 하곤 해서 근황은 서로 알고 있었다. 얼마 전 스텐트를 삽입하는 등 건강이 좋지 못하여 예정보다 조금 일찍 은퇴도 생각한다고 한다. 나는 고속버스 시간 때문에 1차 후 군산 집으로 돌아왔는데 카톡방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몇 명은 노래방에서 재밌게 놀았던 것 같다. 흑백 사진은 하영이가 대학 때 앨범 사진을 카톡방에 올린 것.

2022 대한민국건축사대회(8.31), 제주

2022.8.31-9.2 제주에서 열린 대한민국건축사대회에 참가하였다. 전북건축사회 단체로 제주를 방문하여, 8.31 군산출발-제주도착, 본테박물관, 방주교회 답사, 9.1 선인장마을, 더마파크, 건축사대회 개회식 및 류춘수건축사 특강, 9.2 반 시베르 특강, 제주출발-군산도착.

전북대 ***교수 주택설계 단상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주택 설계를 맡았다. 건축주는 전북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님이다. 2채를 동시에 똑같은 디자인으로 진행하자고 하는 다른 건축주의 주장이 있는 등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장문의 글을 보내서 건축주를 설득한 끝에 인허가-신축공사를 진행하였다. 시공회사는 다소 거칠게 공사를 진행하여 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전주에서 자투리 시간이 날 때 주택에 가보곤 한다. 내부에는 들어 가보지 못하고 옆 집 마당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살펴본다. 나무도 제법 자라고 이제는 주택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매년 이맘때 건축주는 그 지역의 복숭아를 한 상자 보내주고 있다. 나의 노력을 이해하고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마침 오늘도 복숭아가 도착하였기에 잘 받았고 잘 먹겠다고 카톡으로 인사를 건넸다. 얼마 전 동판으로 당호를 지어서 입구 계단 옆에 달았다고 사진을 보내준다.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내 덕분이라고 한다. 설계하는 과정을 떠 올리면서 기분이 좋았다.

(아래는 장문의 글. 프라이버시를 위하여 일부는 *로 표시)

***교수님께!
일요일 평안한 시간 보내고 계시겠지요?
어제 미팅 후 집에 돌아와서 집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과정에서 두 분 교수님댁 신축 문제도 화제가 되어서 많은 의견을 교환하였습니다. 집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 집을 짓는 목적, 거주의 의미 등등. 집사람과 의견을 나눈 것과 제 생각을 ***님에게 한번 이야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대로 설계가 진행되어 집이 지어진다면 추후 많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봅니다.

  • 두 분의 가족구성도 가치관도 같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집을 똑같이 짓는 것은 두 가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아파트는 개별적인 가족의 생활을 담기 보다는 건설회사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개발한 일종의 표준형 주거형태입니다. 그런 형태로 단독주택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개인주택은 개별 가정생활에 맞춘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집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환자 개개인에 대해서 심신을 다양하게 검사하고 환자의 가정환경이나 병력도 살펴보고 환자의 건강상태 등에 맞춰서 진단하고 처방하고 치료해나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각 실에 공간감과 장소성이 있어야 합니다. 즉 중요한 모든 방을 최대한 남향이나 적어도 동향으로 배치하고, 정원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도 느끼고 힐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파트(형태의 주택도 마찬가지)에서는 그런 스토리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20년 이상 사용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신축한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좋은 추억을 갖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기숙사나 외지에서 생활한다 해도 집에 가면 항상 자기를 기다리는 자기 방이 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또한 상당한 기간 후의 이야기이지만 손지들이 찾아와도 좋아할만한 집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특히 우리 집사람 생각). ***님 부부도 이 집을 30년 이상 살 공간으로 생각하고 멀리 보고 계획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2번 짓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한번 지을 때 간단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제대로 된 집을 지어보길 권합니다. 멀리 보면 추가적인 10평을 위한 6,000-7,000만원은 그리 큰 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대화 중에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지 않나 하는 좋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 애초에 검토했던 2층 주택으로 돌아가서 조금만 다듬으면 동선분리, 아이들만의 공간 확보, 내부 창고/넉넉한 드레스룸 확보, 외부 창고 확보, 전면도로에서 적절하게 이격되는 여유있는 배치 등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검토한 도면을 첨부합니다.
  • ***님은 지향점이 너무 확고하고 가족 구성도 달라서 현재의 아파트 형태로 진행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교수님은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사모님과 함께 신중하게 재검토해 봐주기를 부탁드립니다. ***님에게는 말씀하지 마시고 저와 둘만의 이야기로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님께서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해도 뒷바라지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